세부는 물론 뭔가 열악해보이고 골목 곳곳을 걸어다니다 보면 상당히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곳이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부는 충분히 매력적인 도시이다. 요즘에도 끊임없이 몰려드는 관광객들의 숫자만 봐도 세부가 얼마나 인기가 많은 도시인지 알 수 있다. 나는 오슬롭과 카와산 투어를 다녀온 적이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오슬롭에서는 관광객이 어찌나 많은지 우리 팀은 장정 5시간을 대기하고 있어야만 했다. 물론 기다리는 시간이 무척 피곤하기는 했지만 세부가 얼마나 인기가 많은 여행지인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내가 겪었던 오슬롭과 카와산 투어에 대해서 더 언급해 보자면 그것은 정말 특별하고도 멋진 경험이었다. 오슬롭에서 봤던 고래상어는 말로 들어왔던 것처럼 정말 신비하고 거대했다. 그리고 카와산에서의 경험은 더없이 특별했다. 나에게 카와산 투어가 유별났던 내가 물을 상당히 무서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단체로 움직였고 나만 점프나 워터슬라이드를 안하기에도 상당히 민망한 처지라서 그냥 눈 딱 감고 그것들을 해치워냈다. 그래도 그런 것들에 과감히 도전해보고 나니 물에 대한 공포가 조금 잦아들었고 나도 그것들을 조금씩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학원에서 만난 조금은 특별한 인연들과 함께 여행을 한다는 경험 자체가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하지만 단점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일단 이동 시간이 상당하다. 차를 타고 4~5시간을 달려야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세부 근처의 유명한 여행지로 손꼽히는 보홀이나 팔라완도 이동 시간이 상당히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차를 타고 여행하는 기분도 썩 낭만적이지는 않다.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지 않은 탓인지 차가 계속 덜컹거려서 피곤해도 쉽게 잠에 들 수 없었고 계속 그런 상태가 지속되니 토할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그리고 사람이 많이 몰려들다보니 대기시간에 각별히 유의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몇 착오가 있기는 했지만 우리의 여행은 무난하게 흘러갔고 나도 즐길 만큼 즐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최근에 나는 꽤나 특별한 경험을 해봤다. 바로 아얄라 몰 근처에 있는 트리쉐이드스파라는 곳까지 걸어서 이동해 보는 것이다. 나는 평소에도 혼자서 걸어다니는 것을 좋아했고 그래서 지난 주말에 이를 시행했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태국이나 다른 어느 곳을 혼자 걸어다녔던 경험에 비해서도 확실히 위험하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일이었다. 일단 좁은 골목을 통과할 때면 공장이나 작업장 같은 장소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정말 현지인들만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렇다고 또 큰 길로 나오면 비교적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온갖 매연과 먼지와 싸워야만 했으며 오토바이들이 내가 있는 바깥쪽 골목으로 자꾸 비집고 들어와서 어딘가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지금 이렇게 내가 글을 쓰면서도 그 때 내가 왜 그런 위험한 여정을 선택했는지 스스로도 의아해 할 정도이지만 그 때는 정말이지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나는 장정 1시간 15분 정도를 걸었고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해서 마사지를 받을 수 있었다. 내가 트리쉐이드스파를 목적지로 정하고 무작정 걷게 된 계기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여기 학원에 오기 위해서 방문했던 유학원에서 트리쉐이드스파 500페소 이용권을 보너스로 주었고, 나는 그것을 버리기에는 아까우니 한 번 가보는데 혹시 걸어서 가보는 건 어떨까 해서 그 여정을 택한 것이다. 그래도 그렇게 가는 동안 어떤 위협이나 사고도 없었다. 여기에 있는 동안 하도 소매치기나 사건사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나도 겁을 많이 먹었었지만, 그래도 여기도 다 사람 사는 곳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